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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전초밥 컨베이어 만든 '신도림 발명왕'…"환갑 넘어도 AI 공부"

입력 2020.10.06 04:40  수정 2020.0.06  04:40

[백년소공인 스마트 백년지대계]⑥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

"폐업 후 기술력 덕에 재기…R&D 계속해야"]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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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 / 사진 = 고석용 기자

"시대가 변하는데 어떻게 만들던 것만 계속 만드나요. 사업가들은 계속 공부하고 개발해야죠."

김밥절단기, 회전초밥 컨베이어 등 식품관련 기계를 제조하는 오리온식품기계의 엄천섭 대표(61)는 인터뷰 내내 기술개발(R&D) 필요성을 강조했다. 33년 넘게 식품기계를 제조해오면서 잔뼈를 키웠지만 열정은 청년창업가와 다르지 않았다.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물결에 맞춰 인공지능(AI)을 접목한 무인서빙로봇을 개발하고 있었다.

열정은 경험에서 나온다. 엄 대표는 오리온식품기계 창업 전인 1986년 '새론기계'를 창업했다. 엄 대표의 나이 27세였다. 회사는 창업 이후 줄곧 성장세를 이어갔다. 하지만 창업 10년 만에 맞은 외환위기에 한순간에 부도를 낸다.

회사는 폐업했고 엄 대표는 '폐인'이 됐다. 엄 대표는 "75kg였던 몸무게가 90kg까지 찌고, 매일 술만 마시면서 살았다"고 털어놨다. 머릿 속에서는 회사에 대한 미련이 떠나질 않았다. 엄 대표는 "폐업 원인을 곱씹어보니 거래처와의 어음거래 같은 요소들이 문제였다"며 "아무리 생각해도 제품·기술의 문제는 아니었다"고 말했다.

 

제품과 기술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엄 대표는 반년 뒤 재창업에 뛰어든다. 오리온식품기계의 탄생이다. 이전까지 쌓아온 기술 덕에 신제품도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. 신제품으로 개발한 김밥절단기는 재기의 결정타가 됐다. 엄 대표는 2년 반 만에 빚을 모두 청산했다.

환갑 넘은 나이에도 "AI·드론 등 신기술 공부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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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천섭 오리온식품기계 대표가 회전초밥 컨베이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/사진=고석용 기자

오리온식품기계가 정상궤도에 오른 뒤에도 엄 대표의 R&D와 신제품 출시는 이어졌다. 기술력이 재기의 발판이 됐던 점을 생각하면 기술투자와 신제품 개발을 멈출 수 없었다. 엄 대표는 "20여년간 개발한 기계가 100종은 될 것"이라고 말했다. 오리온식품기계 인근 공장 대표들은 엄 대표에게 '신도림 발명왕'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.

신제품마다 '히트'를 친 것은 아니었다.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라진 제품도 있었다. 엄 대표는 "20%가량은 시장에서 성공했다"고 말했다. 터널형 자외선 살균장치, 유턴장치, 컵 회전 시스템 등을 더한 오리온식품기계의 회전초밥 컨베이어가 대표적이다. 엄 대표는 "백화점 회전초밥집의 80%는 우리 제품을 사용한다"며 "미국, 호주 등 국가에 수출도 한다"고 말했다.

최근 엄 대표 AI를 접목한 '무인 서빙기'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. "AI·소프트웨어 등은 외주에 맡겼지만 기계가 AI의 명령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R&D가 필요하다"고 했다.

엄 대표는 "무인 서빙기 외에도 식당 등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공부하고 있다"며 "언젠간 드론 기술도 접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부 중"이라고 덧붙였다.

엄 대표는 "계속해서 노력한다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'백년소공인'이란 인증도 해준 것 아니겠냐"고 했다. 그러면서 "'백년소공인' 인증을 받을만큼 업력을 인증받았지만 여전히 IMF외환위기 이후 재기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"며 "자동화, 인공지능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기술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개발해나갈 것"이라고 말했다.

고석용 기자 gohsyng@mt.co.kr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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